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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체험기] 도전 음치탈출

이지현 | 2003.01.12 11:55 | 공감 0 | 비공감 0
몇 개월 후면 내가 코스모피아에 가입하여 음악수련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진아가 알았는지...

평생을 노래를 못해 벌금 아니면 수모를 겪던가, 화장실을 들락 날락하여 위기를 모면하던 내가, 작년 1월에 "음치 탈출" 이란 노래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내 나이 또래 음치들은 대충 느린 트로트 서너곡 십팔번 만들어 모임에서 창피 안 당하는 수준으로 2,3 개월이면 졸업을 한다.

나는 주제에 트로트나 느리고 쉬운 노래는 싫고, 김건모의 "짱가"나 "더블" 왁스의 "오빠" "머니"등을 배우겠다고 첫 날부터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나중엔 엄정화의 "다가라" 이정현의 "반" "아줌마" 하늘의 "웃기네", 빌리의 "카리스마", "비바 내사랑", "당돌한 여자
" 등을 배우며, 눌렸던 끼와 스트레스를 발산했다.

이 노래들은 엇박자에 노래 실력이 있는 사람도 어려운 곡인데.. 아뭏든 노래 지도 선생님은 박자 부터 맞추는 걸 가르쳐 줬다. 박자를 맞추기 위해 일어서서 손과 발을 가지고 장단을 맞추다가 나중엔 안되니까 책상에다 조그반 바가지 네개를 고무줄로 나란히 묶어 놓고 나무 수저로 박자 맞춰 두들기라고 했다.
(음치와 박치들의 특징은 노래 실력도 문제지만 반주를 못듣는게 치명적인 어려움이다.)

그래도 그 어려운 노래를 배우기엔 힘이 드니까, 메트로놈을 사오라고 했다. 피아노 배울 때도 메트로놈과 씨름을 했는데. 노래 몇곡 배우는데 그런 기계까지 동원해야 되나 자존심이 상해서 안사겠다고 버팅기다가 결국은 샀다.

노래지도 받는 첫 날부터 나는 울움을 터트렸다. 내가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 온 것도 힘이 들었는데, 여기 와서 음악 선생님께 틀맅 때마다 기죽므면서 이 고생을 해야 되나. 나는 왜 내 돈을 내고 울기까지 해야 하나.

선생님은 자기가 잘못하여 나를 울렸나 생각하여 무척 당황했다. 그 후로도 수업시간에 몇 번 더 울었지만, 그 분께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나는 안되면 울고 또 울면서라도 가는 사람이니까 나의 인생 사는 방법일 뿐 선생남께 유감은 없다고..

TV에서 어느 전문가 왈 보통 음치는 한 노래를 70번 정도 부르면 제대로 부를 수 있고, 박치는 좀 더 심각하다고 한다. 나는 조금 음치에 심한 박치, 게다가 감치(감정을 못넣는)이고, 춤치는 아니다.

그래서 새벽부터 밤중까지 눈뜨면 노래를 불렀는데, 이정현의 "반"은 무려 700번 이상을 불렀다. 아직도 박자가 불안하지만 그런대로 랩까지 비스므리하게 흉내는 낸다. 그렇게 무리하게 소리를 질러대다가 급기야는 병이 나서 한약을 먹었다.

얼마 전에는 음치 중학생 하나를 소개해 줬는데, 그 학생이 자기 친구 2명을 소개했다. 학원 원장님 부인인 실장님이 내 나이또래인데, 내가 학원에 다닌지 얼마 후 정식으로 친구로 사귀고 싶다고 프로포즈를 하고, 그동안 꽃게찜, 장어구이 등 맛있는 걸 많이 사줬는데, 어제도 소개해 줘 고맙다고 한턱 쏘겠다고 나오라고 하더니, 어느 음식점으로 데리고 갔다.

생전 처음 본 세수대야만한 바다가재가 산채로 몸통부분이 회쳐져서 들어왔다. 맛은 표현할 수 없을만큼 담백, 신선하고, 살살녹아 들었는데, 무엇보다도 가재가 캐나다에서 산채로 비행기로 공수되어 온다는데, 어찌나 잘생겼는지 홀딱반해서 한참을 바라보며 감상을 했다.

2차로 미사리 라이브 카페로 데리고 가더니, 가장 잘나가는 가수가 출현하는 곳으로 안내했다. TV에서 보다 기타나 악기 연주를 더욱 다이내믹하고 격정적으로 하면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동안 음치로 인해 쌓였던 스트레스와 열등감으로 내 온 마음과 몸을 차지했던 큰 바윗덩이를 체험기를 통해 몰아내니, 자유롭고 여유로운 공간을 만끽할 수 있고, 불안과 두려움이 없어져 은은한 기쁨으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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